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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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마을이 가장 좋은 학교입니다. 

성미산학교 초대 교장이었던 조한혜정 선생님은 ‘근대는 마을을 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피크 오일’ ‘지구 온난화’ ‘후쿠시마 사태’ 등은 근대문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너진 마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무모하게 마을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고, 돈을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만들었고, 생활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방송국도, 마을 카페도, 마을 식당도, 마을 극장도 만들었습니다. 대안학교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성미산학교입니다.

성미산학교 식구들은 ‘마을 만들기’가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믿습니다. 어린이들은 성미산에 나무를 심고, 열심히 마실을 다니며 놀고, 동네 카페에서 아저씨 아줌마가 사 주시는 과자를 먹고, 마을 극장에서 공연을 봅니다. 조금 큰 아이들은 혼자 사시는 노인들께 음식을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마을에 버려진 고양이를 돌보기도 하고, 마을 축제에서 공연을 하거나 장사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성미산 식생조사를 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운동을 합니다. 생협 매장, 마을 식당, 마을 극장에서 일을 배우고, ‘되살림가게’에서는 스태프로서 일을 합니다. 마을과 국내외의 공동체를 비교하는 공부도 하고, 마을 안팎에서 대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로를 찾기도 합니다. 장차 마을 기업을 만들고, 화석 에너지를 안 쓰는 ‘전환마을’을 만들어 보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보다 보람이 더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부와 권력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것보다 조금 가난하더라도 서로 돕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힘을 모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을 저는 알지 못 합니다.

2012년 박복선